설진관 小考

현장에서 간혹 겪는 황당한 경험

김초희 2019. 7. 22. 11:49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저녁에, 나의 권유로 사주명리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지인이 커피한잔 나누고 싶다고 한다. 태풍이 온다는데 커피라... 옷이 젖을 것을 생각하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커피의 유혹을 피할 수 없어 나름 제일 커피향이 좋은 커피숍을 정해서 마주앉았다.

이런 저런 살아오는 이야기와 사주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물어보는 가운데, 사주가 적혀있는 공책을 불쑥 내민다.

 

- 時日月年

   丙丁甲乙 坤

  午丑申亥

라고 적혀있었다.

 

1995년생이므로 직감으로 딸의 사주라고 생각했다.

- 이 사주는 자아가 강인하여 자영업에 뜻을 두고 있을 것이고, 만일 공직으로 나아가려는 뜻이 있다면 군인이나 경찰직을 권합니다. 그리고 군인이나 경찰직의 남성을 만나게 되면 남편의 덕을 많이 보게 될 것으로서 단 쥐띠 남성은 인연이 오래가지 않거나 수()를 당기는 인연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간략히 던지자,

 

- 설 선생님, 제 딸이 아니고, 제 어머이 사줍니다.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

나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실제 생일을 물어보니 이 사주는 1935. 8. 29. 午시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사주를 그대로 만세력 앱에 입력하여 위 해당사주가 1935. 8. 29. 午시와 1995. 8. 14. 午시가 동일 사주임을 알려주면서,

--1935. 8. 29. 오시는 중원갑자 중에 해당하고,

--1995. 8. 14. 午시는 하원갑자 중에 해당하니 풀이의 논법이 조금 달리할 수 있음을 말해주었다.

 

그러고는 위 사주를 1935. 8. 29. 오시와 즉 중원갑자 중에 있는 명식으로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이 명주는 유년기부터 문화,예술에 인연이 깊었던 사람인데, 때로는 종교도 인연이 깊고 신기도 있어 보입니다만 남편이 능력있다고는 힘들어 보이네요.

라고 했더니,

 

- 제 어머이는 그 시절 음대를 나오셔서 피아노를 잘 치시던 분입니다, 한때 불교가 좋아서 출가를 생각하시다가 집안 어른들의 소개로 저의 아버지를 만나 3남매를 낳으셨지만, 아버지가 술과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가정을 돌보지 않아 할수없이 어머이가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저희 3삼매를 공부시켰습니다. 그리고 신병(神病)이 있어서 신(神)을 받으라는 무당의 권유가 있었지만 신은 받지 않았는데 귀에서 자꾸 꾕과리 소리가 자주 들리곤 했다고 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간지기년의 원년은 BC 2697년 헌원황제의 황제원년으로 갑자년을 삼은이래 AD 1983癸亥년까지 78번의 일원갑자가 있은이래 향후 2043년까지는 79번째의 갑자기년 중에 들어있는 것이다.

 

일원갑자에는 총 180년이 배속되어있고 그 180년은 다시 각 60년간 상원갑자, 중원갑자, 하원갑자로 나눠지게 된다. 그러므로 동일한 사주라고 하더라도 상원, 중원, 하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통변의 결과가 달리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운용법은 기회가 닿으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한번 공개하도록 하겠다.

 

명리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가급적이면 고서를 읽어 이론을 익히더라도, 고서에 기록된 예시사주가 현대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이런 난점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사주에 바탕은 둔 최근의 통변사례를 통해서 통변의 스토리를 엮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명조로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진여명리강론 시리즈와, 야학신결은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사례의 당사자의 승낙을 받아 게시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설진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