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수 간지총론에 나타난 주해자들의 인식

(다음 카페 '자연의 소리' 김분재 선생님 글입니다.)

 

적천수 같은 고전은 세월이 갈수록 읽는 즐거움이 생긴다고 일전에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예전엔 이런 고전을 읽으면 허덕이며 받아들이기만 바빴는데 세월이 흘렀는지 요즘은 그래도 문장을 통해 저자와 주해자 혹은 편저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흥미가 더해집니다.

적천수천미는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적천수 주해서입니다. 역학공부하면 꼭 봐야하는 책처럼 대우받지만 장작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드문 책으로도 유명합니다. ㅎㅎ 저도 보다가 말다가 완독하는데 십년이 넘게 걸렸으니 그 사정이 이해가 됩니다. 책의 내용이 어려운게 아니라 문장이 난해한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런이유로 아직 완전 해석이 안되는 문장도 있긴합니다만 대략 개념은 파악하고있습니다.

오늘은 적천수의 간지총론에 담긴 원저자의 의도가 해설자들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적천수 천미의 구조는

1.원문(작자미상)
2.원주(유백온)
3.임주(임철초)

로 구성됩니다.

원문은 누가 썼는지 미상입니다. 보통 유백온이 지었다고 하지만 경도라는 분이 지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간지총론을 봐도 원본과 원주는 그 견해가 다릅니다. 따라서 저는 동일인이라고 보기어렵다고 봅니다.

적천수 간지총론을 통해 그 문장에 들어있는 작자들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간지총론은 간지관계에 대한 설명이자 12운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원문과 원주입니다.

원문에서는 음양순역의 원리를 담은 12운성은 그 이치가 믿을만한점이 있지만 그 방법으로만 보면 안된다고 씌여있습니다.

즉, 양생음사의 12운성을 인정하지만 천간지지관계를 12운성방식으로만 보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지극히 맞는 말입니다.

한편 12운성론을 간지총론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언급한 그 시대적 상황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는데, 적천수가 씌여지던 시절은 오행상생상극이 아니라 오히려 사주를 지나치게 12운성에 치중하여 보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원저자가 12운성이 틀린건 아닌데 너무 그 방식으로만 보지말라고 당부하는 문장이라고도 볼수 있습니다.

여기서 원저자는 이론만 아는 학자가 아니라 분명히 많은 실전경험이 있는 실력있는 역학인이며 품위있게 당부할줄 아는 성품의 소유자라는것도 알수 있습니다.

자, 이제 그 아래 유백온이 쓴 원주를 보면 을목이 해수의 생조를 받는데 어찌 죽는 자리라 할수 있는가? 사주란 오행 상생상극의 강약과 음양의 왕상휴수를 두루 살펴야지 12운성만 보면 안된다고 설파합니다.

즉, 원주의 내용에 접어들면 12운성에 대해 논리적이지못하다고 지적하며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2운성에 대한 원문의 인식과 원주의 인식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원문 저자와 원주 작자는 다른사람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자, 이제 임철초의 주해를 봅시다.

이것은 임철초의 주해 한문 원문인데 노란 테두리 부분에 12운성에 대한 인식이 나옵니다.

아래는 번역내용입니다. 한문공부시간이 아니니 번역을 봅시다.

12운성의 이론인 양생음사는 이치에 맞지않는 왜곡된 설이라고 주장합니다.

계가 묘를 만나면 식상이나 설기로 논하지 생으로 논하면 안되고 잘못된 것이니 음양은 생사가 반대로 가는것이 아니라 같이 가야한다(음양동생동사) 고 주장합니다.

12운성 이론에 따라 음양생사가 반대로 가는것으로 사주를 본다면 크게 그릇된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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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천수 간지총론을 요약하면,


원문: 12운성은 이치가 맞지만 그방식으로만 보지말라.

원주: 사주는 오행 상생상극 강약으로 봐야지 상생상극의 이치가 안맞는 12운성만으로 보면 안됨.

임주: 12운성으로 보면 절대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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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의 의도가 임주까지 내려오니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ㅎㅎ

적천수천미의 어느부분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사주해석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같은 책으로 공부하고도 서로 의견이 갈라지는것도 이런이유 때문일것입니다.

제 배움과 경험으로는 원문이 맞습니다. 원주의 유백온과 임주의 임철초는 12운성의 원리와 용처를 알지못한것이 분명합니다.

고전이 반드시 옳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쓴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것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고전을 봅니다. 물론, 고전을 통달해도 실제 사주통변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되니 참고바랍니다.

ps. 노파심에 덧붙입니다만 이 글은 12운성의 시각에 대한 한정된 내용이지 그외의 사주일반 이론(오행육친 상생상극 용신 격국 등)에 대한 부정은 아니니 참고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