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 심안 철학관 김분재 선생님 글입니다.
요즘 틈틈이 고전을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먹고 살기 바빠 눈여겨 보지 않다가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움이 있습니다.
요즘 다시 보는 책 중에 명리약언이 있습니다. 진소암 선생이 1658년 쓴 책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사주의 각종 이론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데, 전해진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비판하고 유,무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것은 400년전 당시의 역학계, 역학 서적들에 대한 한탄이 지금 이 시대에도 똑같다는 점입니다. 고전에 실려있으니 답습하듯 학습들을 하지만 근본을 알수 없는 이론이나 도대체 효용가치를 알수 없는 이론에 대한 비판, 새로운 역학책이 나오면 계속 더해지는 근거없는 이론들에 대한 비판... 졸렬하게 배워 졸렬하게 사용하는 역술인들에 비판등 시대를 초월해 지금과 다를바 없는 역학 시장의 혼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역학계는 400년동안 발전한 것이 없는듯).
진소암 선생은 청나라의 고위 관리였다고 하니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자 인재였습니다. 스스로 판단에 합당하지 않으면 비판하고 취용하지 않는 지식인의 청렴 담백함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말 되는 이론만 따져 사용해야지 얼토당토 않는 이론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성품으로 볼때 나라의 업무를 볼때도 공명 정대하고 바르고 합리적으로 정사를 처리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소암 선생이 쓸모없다고 배타한것들이 정말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가 보기에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자면 많지만, 12운성의 음포태에 대해 부정한다거나, 왕상휴수(왕상휴수사가 아닌)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이론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진소암선생은 철저히 오행의 생극제화의 관점에서 판단하다보니 오행관점이 아닌 많은 역학 이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급기야 부정하고 맙니다.
이 풍토가 임철초를 비롯한 근대 중국 역학으로 이어지고 한국에 까지 이르러 오행의 생극제화만을 중시하는 이론만 우대받고 그 이외의 이론들은 잡설로 치부되어 제대로 연구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진소암 선생을 비롯한 많은 명리학자들이 대부분 역술을 업으로 삼지않는 관리나 학자 문인들이 많은데 원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알려진 사주의 내용을 분석하는데만 치중했지 내방하는 사람의 운명을 보는것은 별로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역학을 학문으로 접근하냐, 역업의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도구는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이 쓴 역학책들은 볼때는 명쾌하나 그 이론을 가지고 실제 사주를 감정해보면 뭔가 안맞거나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론따로 실전 따로가 되고 만 것이지요.
제가 명리약언을 보면서 느낀건 설진관선생님이 쓰신 야학신결은 명리약언 류의 완전 대칭점에 서 있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진소암 선생이 야학신결을 봤다면 아마 천하에 쓸모없는 잡설로 가득찬 책이라고 비난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야학신결은 그 제목처럼 들판에서 실전을 겨뤄야 하는 무사의 지침서와 같아서 고준담론을 다루는 명리약언류와는 그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역학인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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